11일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카히스토리’ 홈페이지에 접속해 기자의 차량 번호를 입력했더니 제작사와 차종, 연식, 배기량, 최초 보험가입일 등이 화면에 나타났다. 잊었던 지난해 10월 가벼운 접촉사고의 날짜는 물론이고 수리비까지 10원 단위로 적혀 있었다.
중고차 소비자 보호를 위한 차량 사고이력조회 서비스 카히스토리가 15년을 맞았다. 사고 차량이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돼 판매되는 등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카히스토리는 “자동차의 등기부등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료로 제공돼 왔던 침수차량 조회에 이어 대형사고나 화재 등으로 폐차가 필요한 차량까지 검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날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히스토리 홈페이지 방문자는 331만명으로 재작년에 비해 20% 가까이 늘었다.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6,600여명에 달한다. 차량 번호만 알고 있으면 누구나 인터넷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연간 5회까지는 건당 수수료 700원(초과 시 건당 2,000원)을 내고 조회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조회 현황을 집계한 결과 국산차 비율(79%)이 수입차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고 10건 중 4건은 2,000cc 이상 중형차였다. 국산차는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순으로 조회가 많았고 수입차 제작사 기준으로는 BMW, 폭스바겐, 벤츠 등 순이었다. 연식으로는 3~8년 사이 차량들이 대다수였다.
카히스토리는 중고차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보험개발원이 금융당국과 보험사 등 관련기관의 협조를 받아 2003년 4월 문을 열었다. 제공되는 정보는 자동차 보험의 사고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나온다. 보험에 등록돼 있다면 이륜차, 건설기계 등을 제외한 모든 차량을 조회할 수 있다. 다만 사고가 났어도 운전자가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 수리했다면 사고 유무를 확인할 수 없는 점은 한계다.
장마철에 늘어나는 침수차 여부는 무료로 검색할 수 있다. 완전히 물에 잠겨 폐차해야 하는 차량뿐만 아니라 부분 침수도 확인된다. 요즘 차량은 기능면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제어되고 있어 침수로 인해 회로가 녹슬면 주행 시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이승욱 보험개발원 팀장은 “장마철이 지나고 연식에 비해 싸게 나온 중고차가 있다면 침수차를 의심해볼 수 있다”며 “햇볕에 말리면 차량 외관만으로는 침수 유무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처리 조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험개발원은 이달 내 폐차 대상인지 확인하는 무료 서비스도 도입하기로 했다. 심각한 충돌 사고로 수리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차종, 화재를 입어 전손처리 된 차량 등이 대상이다. 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차량이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중고차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차량 사고이력 조회의 필요성은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2009년 196만대 수준이었던 중고차 거래 규모는 지난해 370만대까지 늘어났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중고차 판매 업체는 구매자에게 성능ㆍ상태 점검 기록부를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한다. 기록부는 공인된 정비업체 등이 차량의 기본 성능과 사고 유무, 부품교체 부위 등을 작성한 것으로, 차량 상태를 파악하는 주요 지표가 된다. 그러나 일부 중고차 업체가 정비업체와 짜고 점검 기록부를 허위 또는 부실 작성하며 중고차 시장의 신뢰를 깎아 내렸다. 최경선 보험개발원 수석담당역은 “성능점검 기록부와 카히스토리 이력을 참고하되 구매하려는 차량을 눈앞에서 꼼꼼히 살피는 노력까지 병행돼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중고차의 현재부터 과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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